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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십천~

파리은행장 2010. 9. 10. 15:21

 

 

 고향은

가난하게 돌아오는 그로 하여 좋다.
지닌 것 없이
혼자 걸어가는
들길의 의미.

백지에다 한 가닥
선을 그어 보아라
백지에 가득 차는
선의 의미...

아, 내가 모르는 것을
내가 모르는 그 절망을
비로서 무엇인가 깨닫는 심정이
왜 이처럼 가볍고 서글픈가.

편히 쉰다는 것
누워서 높이 울어 흡족한
꽃 그늘...
그 무한한 안정에 싸여
들길을 간다.

 

 - 들길 / 이형기 -
 

 

 

태풍이 또 북상중이고 휴일 일요일에도 비가 전국적으로 내린다고 했으나

기상청 예보를 보며 내린 결론은 - 출발이다.

 

긴 여행 끝에,

물가에 내려선 시간은 오전 일곱 시..

수량은 지난 주 보다 줄어들었으나  평시보단 조금 많은 편이었고

물빛은 투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맑게보였다.

지난 번 그 자리에 다시 서서 훅을 반복해 던져 보았지만

소식이 감감하다..

 

각날도래와 소프트 헤클을 단 플라이를

수십 번 캐스팅 하던 끝에 탁~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지만

바로 떨어져 나간다.

 

그 후,

첫 손님으로 갈겨니 만한 황어가 소프트 헤클 웻트(soFt HacKLe WEt) 훅을

물고나오는가 싶더니 다시금 조용해진다

시즌이 한창 지나

어디에서건 보이지도 않는 각날도래 패턴을 떼어내고

수심 깊은 소를 노려 사용하려 두 개 준비해 온

검은색 매러부 리치(Marabou Leech - 거머리) 훅으로 바꿔 달았다.

 

내가 필드에 들고 나와 사용하는 훅들은

판매용으로 제작하다가

맘에 안 들어 따로 빼놓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래 훅도 머리부분이 1밀리쯤 조금 길게 마무리되는 바람에 실패작으로 낙인 찍혀 빼놓은 것으로

- 물속 출정하기 직전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음을 주지하기 위해 한 컷~ ^^)

 

 

 

▲ 산천어 낚시에서 매러부 리치는 거의

사용해 보질 않았었다.

 

예전,

플라이 박스에 넣고 다니면서도 늘 홀대받아

손길이 가지 않던 훅중의 하나가 스트리머(StReaMeR) 계열의 플라이들이다.

오래전

이, 리치 훅으로 배스낚시를 하다가 가물치를 잡은 적도 있었지만

그리 마음을 사로잡진 못하던 훅이었는데

이제는 계류에서

가끔 묶게되는 스트리머 패턴(PaTTERn)들 중, 우선하여 묶게되는 훅이

이 매러부 리치다.

 

매러부(Marabou)는 원래 황새(의 몸통 털)를 뜻했으나

황새가 귀해지는 바람에 지금은 칠면조 털로 대체하고 있다 한다.

물속에 들어가면,

풍성한 솜털이 부드럽게 흐느적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져서

고기들의 식욕을 발동케 끔 하나보다. ^^

 

 

 

 

이 리치 훅을 물고 요동치는 녀석을 끌어 당기면서

내심 황어가 아닌 산천어이길 바랬는데, 역시 나온 녀석은 산천어!!!

이쁘고 반갑고 고마워라~ ^^

 

 

 

 

두번째 나온 산천어도 소프트 헤클이 아닌 리치 훅을 선택했다.

플라이 훅이 크다보니 씨알도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황어는 소프트 헤클의 훅만을 물고 나오는 걸로 봐서

이 리치 훅을 별로 환영하지 않는 듯하다.

 

 

 

 

▲ 자리를 이동하여 리치와 소프트 헤클을 단 채비를 계속 사용했는데

큼지막한 산천어 한 마리가 힘을 쓰면서 수면을 박찬다.

몸체의 색깔부터 누런 빛을 띤,

체고 높은 녀석의 입엔 역시 매러부 리치가 물려있다.

 

아름답고 당차보이는 몸매...살짝 구부러진 위, 아래쪽 입 모습,

자잘하게 보이는 날카로운 이(齒)와 전신에 찍혀있는 검고 푸른 점들,

그리고 붉은 빛깔 감도는 꼬리...

파 마크(parr mark)는 있는 듯 없는 듯 희미하나

살아 생동하는 힘이 손바닥에 느껴진다.

멋지고 훌륭한 녀석...

희열이 가슴속으로 부터 차오른다.

 

될수 있음 빨리 놓아주려 

뜰채에 부착된 자로 대충 잰 크기는  삼십 센티에 이른다.

사진 몇 장 찍히고 깊은 물속으로 미끄러지듯 사라져 가는

네 이름은 山川漁 -

이제 내 다시는 너를 만나지 못할 것이란 것을 안다.

 

고맙구나...

너와 상면한 것은 잠시지만

가슴뛰는 기쁨을 선사해 준 너~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을게다.

잘 가거라.

다시는 사람들 손에 잡히지 말고...

 

 

 

 

리치 훅으로 연달아 산천어 세 마리를 잡은 셈이다.

 

 

 

▲ 매러부 리치를 물속에 담가놓고 찍은 사진.

 

 

 

▲ 물살 빠르게 흐르는 여울을 타고 내려가면서

울리 웜(wOOlly WoRM) 형태로 만든 시험용 웻트 훅에도 황어들은 연달아 잘

올라와 주었다.

 

 

 

철교 교각 아래로 내려갔다.

이곳은 수심이 깊지만

시멘트 보를 넘어 내리는 물줄기는 끓어오르는 흰 포말과 함께

짧게 끊기고  뒤집히며 휘돌기도 하여 물의 흐름이 매우 복잡한 곳이다.

몇 차례  탐색에서 황어가 웻트 훅을 물고 나온다.

 

시간은 오전 열시가 지나고 있었으며

날은 매우 덥고 뜨거웠다.

최고기온이 30℃라던데...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란 것을

서울 출발하기 전, 기상청에서 확인했었지만

태양이 내리꽂히는 뙤약볕 아래선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배어나온다.

 

긴소매와 웨이더를 입은 나로선 이미 더위에 지치고 지친 상태라

쓰러지기 직전이다.

교각 밑 그늘을 찾아서 낚시조끼를 벗고 앉아

김밥과 사과, 복숭아, 삶은 계란, 음료수 등을 꺼내어 먹으며 체력을 보충한다.

술이라도 한 병 들고올 걸 그랬나...

 

기운이 완전 빠져서

에어 베개에 바람을 넣고 시멘트 바닥에 잠시 누워 쉰다.

태풍이 온다는데...

누워서 올려다 보는 하늘은 무심한 듯 푸르고,

흰 구름은, 유유히 흘러왔다 흘러간다.

 

 

 

 

한 시간쯤 쉬다 일어나 시멘트 보의 물흐름 사이에

훅을 이것저것 바꿔 달아가면서 반응을 살펴본다.

 

 

 

▲체코님프를 물고 나온 황어

 

하류로 내려갈까 하다가 도로 상류로 이동하는데

아침에 낚시하던 곳엔 동네 분으로 보이는 사람이 대낚시를 하고 있다.

가까이 가서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낚시하는걸 구경하니

살림망엔 버들치로 보이는 10센티 정도 크기의 물고기들이 들어있는데

망이 촘촘해서 무슨 고기인지는 자세히 알 수가 없다.

봉돌을 엄청 크게 사용하고 있었는데도 나의 눈 앞에서 쉽게 쉽게 잡아낸다.

 

시간은 벌써 오후 한시를 넘어 두 시로 치닫는다.

쭉 상류로 오르려다

지류쪽으로 바꿔 오르는데

얕은 여울엔 반두를 들고 바위를 쑤시는 사람들이...

 

 

 

▲ 깊은 소에서 메뚜기 훅을 물고 나온 황어.

 

상류로 이동했으나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낚시는 포기하고

뜨겁운 태양에 지쳐서 그늘을 찾아 쉬다가

더 낚시하고픈 마음이 없어져서 씻은 후 오후 세시쯤 정리하고 철수.

산천어 3수 포함, 이십 몇 마리 정도 힛트.

 

이제는 이동거리도 최소한도로 하며

한 자리에서나 꼼짝말고 해야할 듯하다.

지칠줄 모르는 젊음이란, 얼마나 좋은 건지...

세월은 이제 내게 남은 힘마저 빼앗아 가려나 보다... ^^